재난 상황에서의 이동수단

이동 수단은 재난을 대비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단기적, 국지적 재난 상황이라면 비교적 중요도가 낮을 수 있지만, 재난 상황이 장기적, 광역적 재난이라면 중요성은 더더욱 높아지지요.

 

단기적 재난에서는 지하철이 끊기거나, 도로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어 집으로의 귀환, 회사로의 이동이 쉽지 않은 정도가 큰 불편일 것입니다. 이럴 때는 현재 위치에서 재난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가장 좋은 전략이겠지만, 부득이 이동해야할 경우,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를 위하여 회사에 Go home bag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Go home bag에는 다양한 물품이 담길 수 있지만, 회사와 집 사이의 거리가 도보 이동 가능한 거리, 최대 30~40km 정도라고 가정했을 때, 회사에서 집까지 가는 경로가 표시된 지도가 꼭 담겨야 합니다. 꼭 집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재난 지역을 벗어나면 정상적인 교통 시스템이 운영 중인 도로까지만 이동하면 될 테니까요. 30~40km를 걸어서 이동하는 경우라면 재난이 좀 더 심각한 상황을 가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장기적 재난 상황에서 어떤 이동수단이 있으며, 어떤 것을 추천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차량

 

사실 차량은 많은 수의 사람이나 생존을 위한 다양한 물품들을 대량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줄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장기적 재난 상황에서는... 생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장기적 재난 상황에서는 도로에 버려진 자동차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정상적 운행이 힘들거나, 차량이 버려질 정도까지의 상황이 아니라해도 많은 이들이 자동차로 지역을 벗어나려 하기에 거의 움직임이 불가능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정상적 도로가 아닌 국도, 임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SUV라면 조금 유리하겠지만... 결국 장기적 재난에서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차량의 연료인 석유는 보급이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어려울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음과 시인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차량이 멈춰있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차량이 보인다? 약탈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연료가 차 있는, 활용 가능한 차량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므로 운전 기술을 익혀두는 건 필수일 것입니다.

 

반드시 전통적 의미의 차량이 아니라도, 도로 제약이 적고 연비가 좋으며 빠른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ATV 정도는 여력에 따라 훌륭한 재난대비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오토바이

 

가족이 없는 혼자라면, 가장 이상적인 재난대비 이동수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자동차에 비할만큼 많은 화물을 적재하지는 못하지만, 대단히 높은 연비와 좁은 길도 빠져나갈 수 있으며, 위험 지역으로부터 신속히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장점입니다. 온로드용 오토바이가 아니라 오프로드용이라면 더더욱 효과적이겠군요.

 

그리고 만약 필요하다면 카고 트레일러를 설치하거나, 가능하면 사이드카와 같은 옵션을 통해 화물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기동성에는 희생이 따를 테지요.

 

3. 자전거

 

자전거는 연료가 필요하지 않으면서 오토바이의 장점 대부분을 갖고 있는 대단히 유용한 이동수단입니다. 하지만 자전거의 운용에는 체력이 필요하며, 체력의 소모는 곧 식량의 소모를 뜻합니다. 따라서 자전거를 이용한 탈출시 본인의 체력과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고려하여 체력을 안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걷는 속도는 시간당 4km지만, 자전거는 25~35km 까지 걷는 것에 비해 적은 체력 소모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단, 25kg 이상의 화물을 짊어지고 자전거를 운용하는 것에는 부상과 체력소모의 문제가 있으므로 유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만약 자전거가 고장난다 하더라도, 고장난 자전거에서 추출할 수 있는 부품들은 생존주의에 대단히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전거 휠을 이용해 활을 만든다던지, 바퀴살을 이용해 작살이나 화살을 만든다던지, 타이어 내부 튜브를 이용해 새총을 만든다던지, 자전거 프레임을 이용해 임시 쉘터를 구축하는 등등의 방법이 있겠습니다.

 

4. 손수레

 

재난 상황에서는 화물의 운반이나 물자 수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데, 가방이나 배낭을 이용한 운반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손수레는 대단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꼭 손수레가 아니더라도, 접이식 캐리어, 지게 등등의 도구는 원시적인 것 같지만 없을 때보다는 있을 때가 유용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더 많은 이동 수단이 있겠지만, 크게 네 가지 정도가 미리 준비해두기에 유의미하고, 유용한 도구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동 수단을 갖추었다고 하여 대비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항상 상황 발생시 내가 어디로 갈 것인지, 내가 지금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률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이동 계획을 수립해두어야만 합니다.

 

또한 이동시 완벽하게 준비가 갖추어진 느낌 보다는 일부러라도 헌 옷을 입고, 물자가 부족하고 위생이 불결한, 보통의 재난민처럼 보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약탈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요.